2023년 6월 16일 금요일

선가구감 (禪家龜鑑)

원문 http://seosan.buddhism.org/

출처 http://kr.buddhism.org/%ec%a1%b0%ec%82%ac%ec%96%b4%eb%a1%9d/?mod=document&uid=69&pageid=1


예전에 불교를 배우는 이들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말하지 아니하고, 부처님의 행실이 아니면 행하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보배로 여기는 것은 오직 불경의 거룩한 글뿐이었다.그러나 오늘날 불교를 배우는 이들은 전해 가면서 외는 것이 사대부의 글이요, 빌어지니는 것이 사대부의 시뿐이었다. 그것은 울긋불긋한종이에 쓰고 고운 비단으로 꾸며서 아무리 많아도 족한 줄을 알지 못하고 가장 큰보배로 생각하니, 아! 예와 지금에 불법을 배우는 이들의 보배 삼는 것이 어찌 이 다지도 다른가?

내가 비록 불초하나 옛 글에 뜻을 두어 경 가운데 신령한 글로써 보배를 삼거니와, 그러나 그 글이 오히려 번다하고 장경의 바다가 아득히 광대하여 훗날의 도반들이 가지를 헤쳐 가면서 잎을 따는 수고로움을 면치 못할까 염려하여, 글 가운데가장 요긴하고도 절실한 것 수백마디를 간추려서 한 장에 적나니, 가히 글은 간략하나 뜻은 두루 깊다할 만하다. 만일 이 말씀으로써 스승을 삼아 갈고 닦아 묘한이치를 얻으면 자자 구구에 석가 세존이 나타나실 것이니, 부디 힘쓸지어다. 그렇더라도 글자를 여읜 한 글귀와 격 밖의 기묘한 보배를 쓰지 않으려는 것도 아니거니와, 또한 장차 특별한 기틀을 기다리고자 한다.

嘉靖 甲子(1564) 夏 虛堂 白華道人 序


1. 한 물건

여기에 한 물건一物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스러 워 일찍이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수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2.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것이다.

3. 불법의 방편

그러나 법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고, 사람에게도 여러가지 근기가 있으니 여러가지 방편을 쓰지 않을 수 없다.

4. 굳이 이름하건데

굳이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서 마음이니 부처니 중생이니 하였으나, 이름에 얽매어 분별을 낼 것이 아니다. 법체가 그러하니 한생각이라도 움직이면 곧 어긋나게된다

5. 삼처전심

세존께서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하신 것三處傳心은 선지禪旨가 되고, 한 평생 말씀하신 것은 교문敎門이 되었다. 그러므로 선은 부처님의 마음禪是佛心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敎是佛語이다.

6. 마음에서 얻으면

그러므로 누구든지 말에서 잃어 버리면 꽃을 듦에 미소로써 답한 것拈花微笑도모두 교의 자취만 될 것이고, 마음에서 얻으면 세상의 온갖 잡담이라도 모두 교밖에 따로 전한敎外別傳 선지가 될 것이다.

7. 한 마디 하노니

내가 한 마디 하노니, 생각을 끊고 반연을 쉬어 하는 일없이 망연히 앉아있으니봄이 오매 풀이 저절로 푸르구나.

8. 한마음법과 견성법

교문에는 오직 한마음 법一心法만을 전하고 선문에는 오직 견성하는 법見性法만을 전하였다.

9. 교와 선

그러나 부처님이 말씀하신 경전에는 먼저 여러 법을 가려 보이시고, 나중에 공空한 이치를 말씀하셨지만, 조사들의 가르침은 자취가 생각에서 끊어지고 이치가마음의 근원에 드러났다.

10. 활과 활줄

부처님은 활같이 말씀하시고, 조사들은 활줄같이 말씀하셨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걸림 없는 법無碍之法이란 바로 일미一味 에 돌아감인데, 이 한 맛의 흔적마저 떨어 버려야 비로소 조사가 보인 한 마음이 드러내게 된다. 그러므로 '뜰 앞에잣나무 이니라庭前柏樹子話'고 한 화두는 용궁의 장경에도 없다龍藏所未有底 고한 것이다.

11. 먼저 참다운 가르침부터

그러므로 배우는 이는 부처님의 참다운 가르침으로써 변치 않는 것과 인연 따르는 두 가지 뜻이 곧 내 마음의 성품과 형상自心之性相이고, 단박 깨치고 점차 닦는 두 가지 문頓悟漸修兩門이 공부의 시작과 끝임을 자세히 가려 알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 교의 뜻을 놓아 버리고放下敎義 오로지 그 마음이 두렷이 드러난 한 생각으로써 참구한다면 반드시 얻은 바가 있으리니, 그것이야말로 몸을 뛰어나는 살길이다.

12. 활구

대저 배우는 이들은 활구活句를 참구할 것이요, 사구死句를 참구하지 말아야 한다.

13. 고양이 쥐 잡듯

무릇 공안을 참구 함에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를 짓되, 마치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이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하고, 주린 사람이 밥 생각하듯 하며,목마른 이가 물 생각하듯 하며, 어린애가 엄마 생각하듯 하면 반드시 꿰뚫어 사무칠 때가 있을 것이다.

14. 참선의 세 가지 요건

참선에는 반드시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큰 신심大信根이고, 둘째는 큰 분심大憤志이며, 셋째는 큰 의심大疑情이다. 만약 그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다리 부러진 솥과 같이 소용없는 물건이 되고 말 것이다.

15. 개에게 불성이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도 오직 '어찌하여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狗子無佛性'라고 한 화두를 올 때도 들고 갈 때도 들고, 들어 올 때도 의심하고 나갈 때도 의심하여, 이치의 길이 끊어지고 생각할 길도 끊어져, 아무 재미도맛도 없어지고, 마음꼬투리가 답답할 때, 그때가 바로 그 사람의 몸과 목숨을 내던질 곳이며, 또한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될 대목이다.

16. 화두를 듦에 있어서의 병통

화두를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려고 하지도 말고, 생각으로 헤아리지도 말라. 또한 깨닫기를 기다리지도 말지니, 더 생각할 수 없는 데까지 나아가서, 생각하면 마음이 더 갈 곳이 없어, 마치 늙은 쥐가 쇠뿔 속으로 들어가다가 잡히듯 할 것이다. 또 평소이런가 저런가 따지고 맞춰보는 것이 식정識情이며, 생사를 따라 굴러 다니는 것이 식정識情이며, 무서워하고 갈팡 질팡하는 것도 또한 식정識情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 병통을 알지 못하고, 다만 이 속에서 가라앉았다떴다 할뿐이다.

17. 조사관을 뚫어라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이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 걸고 한 번 뚫어 보면 몸뚱이 째 들어갈 것이다.

18. 공부는 거문고 줄 고르듯

공부는 마치 거문고 줄을 고르듯 팽팽하고 느슨한 정도가 알맞아야 한다. 너무 애쓰면 집착하기 쉽고, 잊어버리면 무명에 떨어지게 된다. 성성惺惺하고 역력歷歷하게 하면서도 차근차근 끊임없이密密綿綿 해야 한다.

19. 도가 높을수록 마가 성하다

공부가 걸어가면서도 걷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는 줄 모르게 되면, 이 때 팔만 사천의 마군이가 육근문六根門 앞에 지키고 있다가 마음을 따라 온갖 생각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무슨 상관이 있으랴.

20. 마의 경계란?

일어나는 마음은 천마天魔요 일어나지 않는 마음은 음마陰魔요, 혹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지도 않기도 하는 것은 번뇌마煩惱魔이다. 그러나 우리 바른 법 가운데에는 본래 그런 일이 없다.

21. 타성일편打成一片

공부가 만약 때려 부수어 한 덩어리를 이룬다면, 비록 금생에 깨치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눈감을 때에 악업에 끌리지는 않을 것이다.

22. 대저 참선하는 이는

대저 참선하는 이는 이렇게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네 가지 은혜가 깊고 두터운 것을 알고 있는가?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더러운 몸四大醜身이 순간순간 썩어 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사람의 목숨이 숨 한번에 달린 것을 알고 있는가? 일찍이 부처님이나 조사 같은 이를 만나고서도 그대로 지나쳐 버리지 않았는가? 높고 거룩한 법을 듣고서도 기쁘고 다행한 생각을 잠시라도 잊어 버리지않았는가? 공부하는 곳을 떠나지 않고 수도인 다운 절개를 지키고 있는가? 곁에 있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잡담이나 하며 지내지 않는가? 분주하게 시비나 일삼고 있지 않는가? 화두가 어느 때이든지 또렷또렷 매하지 않았는가 明明不昧? 남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도 화두가 끊임없이 되는가? 보고 듣고 알아차릴 때에도 한결같은가? 공부를 돌아볼 때 부처와 조사를 붙잡을 만한가? 금생에 꼭부처님의 지혜를 이룰 수 있을까? 앉고 눕고 편할 때에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는가? 이 육신으로 윤회를 벗어날 수 있는가? 여덟 가지 바람이 불어올 때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가? 이것이 참선하는 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때때로 점검해야 할 도리이다. 옛 어른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내 몸을 이 생에 못 건지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릴 것인가?'

23. 말을 배우는 무리들은

말을 배우는 무리들은 말할 때에는 깨친 듯하다가도 실지 경계에 당하게 되면 그만 아득하게 된다. 이른바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자들이다.

24. 칠통을 깨뜨려야

만약 생사를 막아내려면 이 한 생각을 탁 깨뜨려야 비로소 생사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25. 눈 밝은 스승을 찾아라

그러나 한 생각을 깨친 뒤에라도 반드시 밝은 스승을 찾아가 눈알이 바른가를 점검 해 보아야 決擇正眼 한다.

26. 다만 그대의 눈 바른 것만을 귀하게 여기네

옛 어른이 말씀하시기를 '다만 자네의 눈 바른 것을 귀하게 여길 뿐只貴子眼正이지, 자네의 행실을 보려고 하지 않네不貴汝行履處,라고 하였다.

27. 굽히지도 높이지도 말라

바라건대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을 깊이 믿어, 스스로 굽히지도 말고 높이지도 말아야 한다.

28. 먼저 마음을 깨달아야

마음을 모르고 도를 닦는다는 것은 오직 무명만을 도와줄 뿐이다.

29. 다만 범부의 생각을 없애라

수행의 요결은 다만 범부의 생각을 없애는 것뿐이지, 달리 성인의 성인의 알음알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30. 버리고 구함이 모두 더럽힘이다

중생의 마음을 버릴 것 없이, 다만 자성을 더럽히지 말라. 바른 법을 찾는 것이 곧 삿된 것이다.

31. 번뇌를 끊어야 열반이다

번뇌를 끊는 것은 이승二乘이요,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큰 열반大涅槃이다.

32. 한 생각도 생겨남이 없다

모름지기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 비춰 보아, 한 생각이 인연 따라 일어나지만 실상은 생겨남이 없음을 一念緣起無生믿어야 한다.

33. 일어나는 그 곳이 원래 비어 있다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등이 모두 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일어나는 곳이 곧 비어 없는데 무엇을 다시 끊으리요.

34. 환을 여의면 곧 깨달음이다

환상인 줄 알면 곧 여읜 것이라 더 방편을 지을 것이 없고, 환상을 여의면 곧 깨친것이라 또한 점점 닦아 갈 것도 없다.

35. 생사와 열반이 본래 없는 것

중생이 나는 것 없는 가운데서 망녕되게 생사와 열반을 보는 것은 마치 허공에서 눈꽃이 기멸起滅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36. 다시 열반을 따로 얻은 바가 없다

보살이 중생을 건져 열반을 들게 했다 할지라도 실은 열반을 얻은 중생이 없는 것이다.

37. 버릇은 한번에 없어지지 않는다

이치를 단박에 깨칠 수 있으나, 버릇은 한꺼번에 가시어지 지 않는다.

38. 이것이 마도이다

음란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 같고, 살생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제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으며, 도둑질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새는 그릇에 물이 차기를 바라는 것 같고, 거짓말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똥으로 향을 만들려는 것과 같다. 이런 것들은 비록 많은 지혜가 있더라도 다 악마의 길을 이룰 뿐이다.

39. 마음계율을 깨뜨리지 말라

덕이 없는 사람은 부처님의 계율에 의지하지 않고, 삼업을 지키지 않는다. 함부로 놀아 게을리 지내며, 남을 깔보아 따 지고 시비하는 것을 일삼고 있다.

40. 계를 지켜야

만약 계를 지킴이 없으면 비루먹은 여우의 몸도 받지 못 한다는데, 하물며 청정한 지혜의 열매를 바랄 수 있겠는가?

41. 애욕을 끊어야

생사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탐욕을 끊고 애욕의 불꽃을 꺼 버려야 한다.

42. 걸림없는 지혜

걸림 없는 청정한 지혜는 다 선정禪定에서 나온다.

43. 선정에 들게 되면

마음이 정定에 들면 세간의 나고 꺼지는 모든 현상을 능히 알게 된다.

44.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야

어떤 경계를 당하여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나지않음不生이라 하고, 나지않는 것을 무념無念이라 하며 무념의 상태를 해탈解脫이라 한다.

45. 본래 그대로 열반이다

도를 닦아 열반을 증득한다는 것修道證滅도 또한 진리가 아니다. 심법이 본래 고요한 것心法本寂임을 알아야 그것이 참 열반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이 본래부터 그대로 열반이다常自寂滅相'라고 하신 것이다.

46. 보시

가난한 이가 와서 구걸하거든 힘 닿는대로 나누어 주라. 한 몸처럼 가엾이 여기면 同體大悲 이것이 참 보시布施니라.

47. 성내지 말라

누가 와서 나를 해롭게 하더라도 마음을 거두어 성내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한번 성내는 데에 백만 가지 장애 의 문이 열린다.

48. 인욕

만약 참는 일이 없다면 만가지 행실이 이루어지지 못하느니라.

49.마음을 지키는 일

본바탕 천진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첫째가는 정진이다.

50. 진언을 외우는 것은

진언을 외우는 것은 금생에 지은 업은 비교적 다스리기 쉬워서 자기 힘으로도 고칠 수가 있지만 전생에 지은 업은 지워 버리기가 어려우므로 반드시 신비한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다.

51. 예배

예배란 공경이요 조복받음이니 참된 성품을 공경하고 무명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52. 염불

염불이란 입으로 하면 송불誦佛이요, 마음으로 하면 염불이다. 입으로만 부르고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도를 닦는 데 아무 도움도 없다.

53. 경을 듣는 일

경을 들으면 귀를 거친 인연도 있게 되고, 따라 기뻐한 복도 있게된다. 물거품 같은 이 몸은 다할 날이 있으나, 참다운 행은 헛되지 않는다.

54. 간경

경을 보되 자기 마음속을 돌이켜봄이 없다면 비록 팔만대장경을 다 보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보탬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55. 입만 배우지 말라

배워 도를 이루기 전에 남에게 자랑하려고 한갓 말재주만 부려 서로 이기려고 한다면 마치 측간에 단청하는 것과 같다.

56. 외전

세속을 떠난 이가 세속 글을 익히는 것은 마치 칼로 흙을 베는 것과 같아서 흙은 아무 소용도 없는데 칼만 망가지게 된다.

57. 출가하는 뜻

출가하여 중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몸의 편안함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 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고 죽음을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으려는 것이며, 부처님의 지 혜를 이으려 는 것이며, 삼계三界에 뛰어나서 중생을 건지려는 것이다.

58. 덧없는 불꽃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덧없는 불꽃이 온 세상을 태운다無常之火가 燒諸世間'하셨고, 또 '중생들의 고뇌의 불이 사방에서 함께 불타고 있다' 하셨으며, 또 '모든 번뇌의 적이 항상 너희들을 죽이려고 엿보고 있다' 하셨다. 그러므로 수도인은 마땅히 스스로 깨우쳐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해야 한다.


59.명리를 버리라

세상의 뜬 이름을 탐하는 것은 쓸데없이 몸만 괴롭게 하는 것이요, 세상의 잇속을 따라 허덕이는 것은 업의 불에 섶을 더 보태는 것이다.

60. 명리승

이름과 재물을 따르는 납자는 초의草衣를 걸친 야인만도 못하다.

61. 가사입은 도둑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찌하여 도둑들이 나의 옷을 빌려 입고, 부처를 팔아 온갖 나쁜 업을 짓고 있느냐'고 하셨다.

62. 한 덩이의 밥

아! 불자여. 그대의 한 벌 옷과, 한 그릇 밥이 농부들의 피요, 직녀들의 땀이거늘, 도의 눈이 밝지 못하다면 어찌 소화해 낼 수 있단 말인가!

63. 시주받은 과보

그러므로 말하기를 '털을 쓰고 뿔을 이고 있는 것이 무엇 때문 인 줄 아느냐? 그것은 지금 신도들이 주는 것을 함부로 받아먹은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배고프지 않아도 또 먹고, 춥지 않아도 더 입으니 이 무슨 심사인가? 도대체 눈앞의 쾌락의 바로 후생이 괴로움인 줄을 생각지 않는구나.

64. 차라리 쇳물을 마시라

그러므로 이르기를 '차라리 뜨거운 철판을 몸에 두를 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옷을 입지 말며, 차라리 쇳물을 마실지언정 신심있는 이가 주는 음식을 먹지 말고, 차라리 끊는 가마솥에 뛰어들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집에 거처하지 말라' 한 것이다.

65. 시주를 받을 때 화살받듯 하라

그러므로 말하기를 '도를 닦는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에 독약을 먹는 것같이 하고, 시주를 받을 때에는 화살을 받는 것과 같이 하라'고 한 것이다. 두터운 대접과 달콤한 말은 도를 닦는 사람으로서는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66. 칼 가는 숫돌

그러므로 말하기를 도를 닦는 사람은 한 개의 숫돌과 같아서 장 서방이 와서 갈고, 이서방이 와서 갈아가면 남의 칼은 잘 들겠지만 나의 돌은 점점 닳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도리어 남이 와서 돌에 칼을 갈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67. 가사 아래 사람의 몸을 잃음

그러므로 옛말에 또한 이르기를 '삼악도의 고통三途苦이 괴로움이 아니라, 가사를 입었다가 사람의 몸을 잃는 것이 진짜 괴로움이다'라고 하였다.

68. 더러운 가죽주머니

우습다, 이 몸이여. 아홉 구멍에서는 항상 더러운 것이 흘러나오고, 백 천 가지 부스럼 덩어리를 한 조각 엷은 가죽으로 싸 놓았구나. 또 가죽 주머니에는 똥이 가득 담기고, 피고름 덩어리라. 냄새나고 더러워 조금도 탐나거나 아까울 것이 없다. 더구나 백년을 잘 기른다 해도 숨 한 번에 은혜를 저버리고 마는 것이랴.

69. 참회

허물이 있거든 곧 참회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곧 부끄러워 할 줄 알면 대장부의 기상이 있다 할 것이다. 또한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롭게 하면 그 죄업은 마음을 따라 없어질 것이다.

70. 하나의 바리때와 한 벌 옷

도인은 마땅히 마음을 단정히 검박하고 곧은 마음으로써 근본을 삼아 한 개의 표주박과 한 벌의 누더기 옷이면 어디를 가나 걸릴것이 없다.

71. 무심도인

범부들은 눈앞의 현실에만 따르고, 수도인은 마음만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마음과 바깥 현실 두 가지를 다 잊는다면 이것이 바로 참다운 법이다.

72.보살과 마군

성문聲聞은 숲 속에 편히 앉아서도 마왕에 붙잡히고, 보살은 세간에 노닐어도 외도와 마군이 보지 못한다.

73. 임종시에

누구든지 임종할 때에는 다만 오온五蘊이 다 빈 것이어서 네 가지 원소가 나라고 할 것이 없고四大無我, 참마음은 모양이 없어眞心無相 가는 것도 아니며 오는 것도 아니다. 날 때에도 성품은 또한 난 바가 없고, 죽을 때에도 성품은 또한 가는 것이 아니다. 지극 히 맑고 고요하여 마음과 경계가 둘이 아닌 하나인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단박 깨친다면 삼세 인과에 이끌리거나 얽매이지 않게 될 것이니 이것이 곧 세상을 뛰어난 자유인이다. 만약 부처님을 만나더라도 따라 갈 마음이 없고, 지옥에 가더라도 두려운 마음이 없어야 한다. 다만 스스로 무심하게 되면 법계와 같이 될것이니 이것이 바로 요긴한 것이다. 그러므로 평상시에 좋은 씨를 심고 임종 할 때에 좋은 열매를 거둘 것이다. 도를 닦는 사람은 모름지기 이곳에 주의하여야 한다.

74. 마지막 순간에 분별을 두지 말라

사람이 임종할 때에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이다 범부다 하는 생각이 끊어지지 않게 되면 나귀나 말의 뱃속에 끌려들 거나 지옥의 끊는 가마 속에 처박히게 되며, 혹은 개미나 모기같은 것이 되기도 할 것이다.

75. 학인의 병통

참선하는 사람이 본래 면목을 만약 밝히지 못한다면 높고 아득한 진리의 문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때때로 어떤 이는 아주 끊어 없어진 빈 것으로써 참선을 삼기도 하고, 아무 것도 기억이 없는 빈것으로써 도를 삼기도 하며, 일체 모두 없는 것으로써 높은 소견을 삼기도 하나니, 이것은 컴컴하게 비기만 한 것이라 병든 바가 깊다. 지금 천하에 참선을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이런 병에 걸려 있다.

76. 종사의 병통

종사宗師도 또한 병病이 많다. 병病이 귀와 눈에 있는 자는 눈을 부릅뜨고, 귀를 기울이며,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선禪을 삼고, 병病이 입과 혀에 있는 자는 횡설수설되지 않은 말과 함부로 '할' 喝하는 것으로써 선禪을 삼는다. 병病이 손발에 있는 자는 나아 갔다 물러갔다 이쪽저쪽을 가리키는 것으로써 선禪을 삼으며, 병病이 마음 가운데 있는 자는 진리를 찾아내고 오묘한 것으로써 선禪을 삼는다. 사실대로 말하면 어느 것이고 병病 아닌 것이 없다.

77. 장승의 노래

본분 종사本分宗師가 이 구句를 온전히 들어 보임은 마치 장승이 노래하고 불붙는 화로에 눈 떨어지듯 紅爐點雪하며, 또한 번갯불이 번쩍이듯石火電光하여, 배우는 자가 참으로 생각하고 의논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옛 어른이 그 스승의 은혜를 알고 말하기를 '스님의 도덕을 중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고, 다만 스님이 나에게 설파하여 주지 않는 것을 중하게 생각한다'고 하였다.

78. 마조의 일갈

대저 배우는 사람은 먼저 종파 宗途의 갈래부터 자세히 가리어 알아야 한다. 옛날에 마조스님이 한 번 '할'하는데, 백장스님은 귀가 먹고, 황벽스님은 혀가 빠졌다. 이 한 '할' 이야말로 곧 부처님께서 꽃을 드신 소식이며, 또한 달마대사의 처음 오신 면목이다. 아! 이것이 임제종의 근원이 된 것이다.

79. 선종의 다섯 갈래

무릇 조사의 종파에 다섯갈래가 있다. 즉 임제종臨濟宗, 조동종曺洞宗, 운문종雲門宗, 위앙종○仰宗, 법안종法眼宗 등이다.

80. 임제종

임제종은 본사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33대 되는 육조 혜능대사 六祖慧能大師의 밑에서 곧게 전하여 내려가기를 남악회양南嶽懷讓, 마조도일馬祖道一,백장회해百丈懷海, 황벽희운黃檗希運, 임제의현臨濟義玄, 흥화존장興化存奬, 남원도옹南院道○, 풍혈연소風穴延沼,수산성념首山省念, 분양선소汾陽善昭, 자명초원慈明楚圓, 양기방회楊岐方會,백운수단白雲守端,오조법연五祖法演,원오극근圓悟克勤,경산종고선사俓山宗○禪師등이다.

81. 조동종

조동종曺洞宗은 육조의 아래에서 곁 갈래의 청원행사靑原行思, 석두희천石頭希遷, 약산유엄藥山惟儼, 운암당성雲巖曇晟, 동산양개洞山良价, 조산탐장曹山耽章, 운거도웅 雲居道膺선사 등이다.

82. 운문종

운문종雲門宗은 마조馬祖의 곁갈래로 천황도오天皇道悟, 용담숭신龍潭崇信, 덕산선감德山宣鑑, 설봉의존雪峰義存, 운문문언雲門文偃, 설두중현雪竇重顯, 천의의회天衣義懷선사 등이다.

83. 위앙종

위앙종은 백장百丈의 곁 갈래로 위산영우○山靈祐, 앙산혜적仰山慧寂, 향엄지한香嚴智閑, 남탑광용南塔光湧, 파초혜청芭蕉慧淸, 곽산경통○山景通, 무착문희無着文喜선사 등이다.

84. 법안종

법안종法眼宗은 설봉雪峰의 곁갈래로 현사사비玄沙師備, 지장계침地藏桂琛, 법안문익法眼文益, 천태덕소天台德韶, 영명연수永明延壽, 용제소수龍濟紹修, 남대수안南臺守安 선사 등이다.

85. 임제종의 가풍

임제 가풍은 맨손에 한 자루의 칼을 들고 부처도 조사도 죽이고, 예와 지금을 삼현삼요三玄三要로써 판단하며, 용과 뱀을 주인과 손님의 위치로서 알아낸다. 금강이 보검으로 도깨비를 쓸어 내고 사자의 갖은 위엄을 떨쳐 여우와 이리의 넋을 찢는다. 임제의 종지 를 알겠는가? 푸른 하늘에 벼락치고 평지에 물결 인다.

86. 조동종의 가풍

조동 가풍은 방편으로 다섯 자리를 열어 세 가지 근기를 잘 다루며 보검을 빼어들고 나쁜 소견이 자라는 빽빽한 숲을 베어 내며 널리 통하는 길을 묘하게 맞추어서 천만가지 모든 생각을 끊고 천착하여 가도다. 위음왕불威音王佛 나시기 전의 눈에 의젓한 풍광이요,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풍경이다. 조동종을 알겠는가? 부처님과 조사도 안 나시고 아무 것도 없는 그대로, 바른 것, 치우친 것, 있다 없다 하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威音王佛; 이 세계전에 맨 처음 부처가 되신 분이라 함

87. 운문종의 가풍

운문 가풍은 칼날 위에 길이 있고, 철벽에 문이 없다. 온 천하의 갈등을 흔들어 엎고 범부의 식견을 베어 버린다. 번개처럼 빠른 생각으로도 미칠 수 없는데, 활활 타는 불꽃 속에 어찌 발붙일 수 있으랴. 운문종을 알겠는가? 주장자가 날아 하늘 높이 오르고 잔 속에서 모든 부처님이 설법을 한다. 

88. 위앙종의 가풍

위앙 가풍은 스승과 제자가 부르면 화답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한 집에 살고 있네. 옆구리에 글자가 씌어있고, 머리 위에 뿔이 높이 솟았구나. 방안에서 사람들을 시험하니 사자가 허리가 꺽인다. 네 가지 시비를 여의고, 백 가지 아닌 것도 모두 끊어 버려 한 망치로 쳐 부수었네. 입은 둘이 있으나 혀는 하나도 없는 것이 아홉 구비 굽은 구슬을 꿰뚫었도다. 위앙종을 알겠는가? 부러진 비석은 옛 길에 비켜 있고 무쇠 소는 작은 집에 잠을 잔다.

89. 법안종의 가풍

법안 가풍은 말 속에 메아리가 울려퍼지고, 글 속에 칼날이 숨었구나. 해골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콧구멍은 어느 때나 그 가풍을 풀무질 한다. 바람 부는 나뭇가지와 달 비치는 물가에 실상을 드러내고 푸른 대와 누른 국화 묘한 법을 환히 드러낸다. 법안종을 알겠는가? 바람은 구름을 몰아 산마루로 날리고, 밝은 달은 물과 함께 다리지나 흘러오네.

90. 임제의 할과 덕산의 방망이

임제의 할과 덕산의 방망이가 다 나고 죽음이 없는 진리에 사무쳐 들어가 도리를 철저하게 증득하여 꼭대기에서 밑바닥까지 꿰뚫었다. 큰 기틀과 큰 작용이 자유자재하여 어디나 전신으로 출몰하며 전신으로 짐을 져, 물러나 문수와 보현의 대인 경계를 지킨다 하더라도 실상대로 말한다면 이 두 분도 또한 도깨비가 됨을 면 치 못할 것이다.

91. 부처와 조사보기를 원수같이 한다

대장부는 부처님이나 조사 보기를 마치 원수와 같이하여야 한다. 만약 부처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부처에게 얽매인 것이요, 만약 조사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또한 조사에게 얽매이는 것이 된다. 무엇이든 구하는 것이 있다면 다. 고통이 되므로 아무일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

92. 거룩한 빛

거룩한 빛 어둡지 않아 만고에 환하여라. 이 문안에 들어오려면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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